[김순국 소담시담] 무심천 벚꽃 질 때

2024-04-14     김순국
▲ 김순국 시인, 작가 [사진=리더스인덱스]



[김순국 소담시담] 무심천 벚꽂 질 때 / 김순국

 

사방팔방 가지가지 두 팔 간격 둥근 둘레

강둑에 줄 맞춰서 송이송이 봄볕이네

무심천 벚꽃 한철이 무심한 듯 저물고

 

세상 사는 기쁨으로 한 땀 한 땀 지은 농사

나이값 하고 싶어 한 줄 한줄 글 농사

꽃잎이 물 위에 떠서 세월 가듯 흐른다

 

...

 

*** 시작노트

 

송이 송이마다 극한의 겨울에서 눈을 뜰 날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무심천 고목들은  근엄하게 너른 가지를 펴서 송이송이 고르게 햇살과 달빛을 받도록 애를 썻을 것이다.

엄동설한 제 식구 살리려고 혈안인 사람들 처럼...

 

이 거룩한 나무의 농사처럼 사람들도 자신을 성숙시켜 가기위해 지극정성 애를 쓴다.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 하며 삶을 탐구하지만 저 바닥아래 세월은 시간을 깍아내며 유유히 흘러간다.

 

나무 농사의 아름다웠던 꽃잎처럼 익혀가는 글 농사도 강물에 떠가고 있다.

인생이나 꽃들의 여행도 다 소멸을 전제하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무하기에 나답게 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