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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의 승부수일까 자충수일까...인사철 아닌데 대표가 바뀐 이유

박주근 기자 | 기사입력 2024/05/08 [09:00]

CJ의 승부수일까 자충수일까...인사철 아닌데 대표가 바뀐 이유

박주근 기자 | 입력 : 2024/05/08 [09:00]

 

Q. 먼저 CJ ENM 엔터 부문을 이끌던 구창근 대표는 사의를 표했는데요. 공식적으로는 개인 사유에 따른 퇴사인데 연이은 실적 부진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거란 의견도 있습니다. CJ ENM은 지난 5일 윤상현, 구창근 공동 대표 체제에서 윤상현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는데구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난 건 수장 자리에 오른 지 약 1년 만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구창근 대표는 이선정 CJ올리브영 신임 대표 임명 전까지 CJ 계열사 대표 가운데 가장 젊은 인물이었다. 1973년 생인 구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 학사와 동대학원 석사를 거쳐 동원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로 증권가에 발을 디뎠다.이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를 거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로 재직하며 지속해서 CJ 그룹 분석 리포트를 작성한 것이 이재현 CJ회장의 눈에 띄어 2010년 8월 CJ그룹 기획팀장 겸 사업팀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2017년 7월 CJ푸드빌 대표를 역임한데 이어 2018년 7월 CJ올리브영 대표로 임명되어 약 4년 간 CJ올리브영을 이끌었다. 당시 구 대표는 CJ푸드빌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투썸플레이스 매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성과를 냈다.미디어 업계에선 애널리스트 출신인 구 대표가 당분간 CJ ENM 수익성을 개선하고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CJ ENM 본연의 사업 목표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CJ그룹은 지난해 11월 콘텐츠, 플랫폼, 웰니스, 서스테이너빌리티 등 4대 성장축을 중심으로 한 그룹사 중기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콘텐츠라는 핵심 사업 영역을 구 대표가 책임지게 된 것이다.

 

Q. TVN 광고에도 자신있게 문화를 CJ가 만든다고 당당하게 외치던CJ ENM이지 않습니까? 드림웍스에 대한 투자도 잘 알려져 있고요.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았을 때 이미경 부회장의 소감도 화제가 되었던 문화강국 CJ ENN인데 최근 실적 부진 자세한 분석 부탁드립니다.

 

콘텐츠 기업 CJ ENM은 한국채택국제회계(K-IFRS) 연결기준으로 2023년 4분기 실적과 2023년 연간 실적을 7일 공시했다. 2023년 한 해 CJ ENM은 매출 4조3683억원, 영업손실 146억원을 기록했다.

 

K콘텐츠의 성장과 글로벌화는 콘텐츠 산업 전반에 제작원가 상승이라는 문제를 가져왔다. CJ ENM도 마찬가지로 글로벌화로 인해 제작원가는 글로벌 수준으로 높아지며 코스트가 증가한 반면 대부분의 매출은 여전히 내수 시장에서 발생하면서 급격한 수익악화가 발생하고 있다. 2019년 이후 K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한국 콘텐츠를 활발하게 제작하게 된다. 시장은 콘텐츠 평균 제작비는 크게 올랐지만 국내 방송 광고 시장 단가나 시청자 수는 그와 비례해 늘어나지 않고 있다. 사실 CJ그룹은 문화컨텐츠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위해 CJ ENM의 출범 초기에는 넷마블의 게임 부분을 합쳤다가 2014년에 분할 한 후 2018년 7월에는 CJ오쇼핑을 CJ ENM과 합병하면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2021년 TV홈쇼핑(CJ온스타일), 인터넷쇼핑몰(CJ몰), T커머스(CJ오쇼핑플러스)에서 사용하던 각 브랜드를 CJ온스타일로 통합했다.

 

Q. 그렇다면 CJ ENM 명성, 언제쯤 되찾을까요?

 

누가 뭐래도 CJ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대표하는 '큰집'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나름의 '시스템화(化)'를 추구하며 영화·방송·음반 등 대중문화 각 분야의 질적·양적 팽창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부문은 '기생충' 등의 성공 사례가 말해주듯, '오너 일가'인 이미경 부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한국영화의 세계 시장 진출을 견인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그러나 공(功)이 크면 과(過)도 따라오는 법, 할리우드가 메이저 스튜디오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이미 오래전 법으로 금지했던 영화 투자·제작·배급의 수직계열화를 막대한 자본의 힘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구축했다는 비판은 CJ에 오랫동안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다.또 돌발 변수가 많고 의외성이 높은 대중문화산업일수록 따뜻할 때와 추울 때를 모두 경험해 본 '선수'들에 의해 성패가 좌우됨에도, 내부 인력의 물갈이가 너무 잦아 사내 전문가 양성에 소홀하다는 지적 역시 늘 있어왔다. CJ 속사정에 밝은 한 영화계 관계자는 "원래도 CJ는 사람이 자주 바뀌는 회사로 유명한데다, 최근에는 구조조정까지 세게 이뤄진 상황"이라며 "지난해 야심차게 개봉했지만 큰 적자를 감수해야만 했던 몇몇 영화의 경우, 인력이 너무 줄어들어 홍보 등 개봉까지의 단계별 주요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수행할 줄 아는 담당 직원이 크게 부족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Q.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사업을 하는 CJ프레시웨이가 올해 1분기 아쉬운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2019년 이후 4년 만에 '3조 클럽'에 재입성했는데요. 이유가 무엇입니까? 

 

CJ 프레시웨이는 지난해 매출 3조742억원으로, 전년(2조7477억원) 대비 11.9%나 성장했다. 이는 CJ 프레시웨이 사상 최대 실적임과 동시에 4년 만에 매출 3조원에 재진입한 쾌거이기도 하다. 실제 CJ 프레시웨이는 2019년 3조551억을 기록하면서 첫 매출 3조를 찍었다. 그러나 이듬해 코로나로 외식사업, 급식사업이 직격탄을 맞아 매출이 2조4785억원으로 고꾸라졌다.정성필 대표는 지난 2020년 12월 CJ 프레시웨이 구원투수로 투입됐고, 중국과 베트남 해외 단체급식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해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추진했다. 대신 글로벌 소싱(구매)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CJ 프레시웨이는 2021년 매출 2조2914억원에서 2022년 2조7477억원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CJ 프레시웨이 주요 사업인 식자재 유통이 고물가로 외식업 시장이 주춤하면서 부쩍 어려워졌다. 특히 올 1분기에는 의사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전국 대학병원 등이 마비되는 등 단체급식도 더뎌졌다. 실제 CJ 프레시웨이는 5대 대형병원인 삼성서울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 두 곳의 단체 급식을 영위한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CJ 프레시웨이 1분기 실적을 매출 7470억원, 영업이익 119억원으로 예측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7.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30% 감소한 수치다. 병원 파업이 길어지면서 성장률 둔화, 수익성 하락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Q. 새로 임명된 이건일 경영리더는 어떤 경력이 있습니까?

 

CJ 프레시웨이 새 수장에 오른 이건일 대표이사는 1997년 CJ 제일제당에 입사해 CJ 푸드빌과 2012년 CJ 제일제당 전략기획파트 등을 거쳤다. 2019년에는 CJ 제일제당 CJ Foods USA CEO 법인장과 지난해 CJ그룹 사업관리1실장, CJ그룹 경영혁신TF 등을 역임해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에 CJ그룹 내에서는 그를 ‘식품통’이라고 부른다.

 

Q. 범LG가 아워홈의 경영권을 둘러싼 대주주 일가의 갈등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구지은 부회장 체제에서 확장해 온 아워홈의 신성장 사업이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관측이 나옵니다. 무려 10년 넘게 지속된 분쟁인데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워홈 분쟁의 씨앗은 2015∼2016년 심어졌다. 2004년부터 아버지인 구자학 전 회장 옆에서 경영수업을 해오며 부사장급인 구매식재사업본부장에 올랐던 구 대표가 2015년 보직해임되고, 그동안 경영참여의 뜻을 밝히지 않았던 구 전 부회장이 이듬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구지은 대표는 자회사인 캘리스코 대표로 자리를 옮겼고, 2017년 4월‘이사 선임의 건’으로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하는 등 경영권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런 와중에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구지은 대표를 비롯해 구미현씨, 구명진씨 세 자매가 구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통과시키고 구 대표가 당일 이사회에서 아워홈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Q. 선대 회장 뛰어 넘는 실적 올린 구지은 대표, 어쩌다 이런 위기에 처한건가요?

 

아이러니하게도 구지은 대표 체제를 위협하는 캐스팅보트를 당시 구 대표와 뜻을 같이했던 구미현씨가 행사한 형국이 됐다. 자신의 보유 지분을 가지고 이번에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을 잡았다. 이는 최근 아워홈 이사회에서 ‘무배당’ 결정을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구 전 부회장이 대표였던 지난 2020년 아워홈은 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총수 일가는 7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겨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에는 2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구지은 대표는 이사회를 통해 무배당을 결정했다. 급식 사업의 적자 가능성에 대비해 위기 경영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경영 퇴진을 이끈 이들은 구지은 부회장과 구미현 이사, 구명진 이사 등 세 자매였다. 이들이 합심해 구본성 전 부회장의 해임안을 통과시켰다.다만 구본성 전 부회장은 경영 퇴진 선언 이후에도 ‘구지은 체제’ 흔들기에 나섰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해에는 3000억원 수준의 배당금을 요구했다가 반대에 부딪쳤다. 해당 제안은 결국 주총에서 불발됐다.이어서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 1월에는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이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두 사람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는 의결권이 제한돼야 한다는 지적에도 이를 묵살하고 보수한도(총액)를 150억원으로 올리는 안건을 가결했다는 이유다.

 

아워홈 경영권 분쟁은 지난 3년 전의 세 자매와 장남 간 대결 양상에서 크게 변화됐다. 이번 주총에서는 장남·장녀인 구본성·구미현과 차녀·삼녀인 명진·지은의 대결 양상이 됐다.게다가 구미현 이사는 2021년부터 이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줄타기를 벌여왔다. 2022년에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지분 공동 매각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주총에서는 회사 측이 제안한 배당안에 표를 던지며 다시 구지은 부회장의 편을 들어줬다.구미현 이사는 올해에는 다시 태도를 바꿔 구지은 부회장의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게다가 구미현 이사는 아워홈 경영권이 달린 지분 공동매각에서도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지분 공동 매각 선언 이후 2년이 지났지만 두드러진 매각 협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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