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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역대 최대 이익 거둬도 “경영 여건 나빠졌다” 토로 이유는

윤태경 기자 | 기사입력 2023/10/18 [08:58]

은행권, 역대 최대 이익 거둬도 “경영 여건 나빠졌다” 토로 이유는

윤태경 기자 | 입력 : 2023/10/18 [08:58]

▲ 5만원권 지폐 다발/뉴시스.

 

[리더스팩트 윤태경 기자] 국내 은행권이 매년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4조1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9조8000억원) 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이자이익은 29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6조2000억원)보다 3조2000억원(12.2%) 늘었다. 은행 실적을 등에 업은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4대 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9조1824억원을 벌었다. 전년 동기(8조9662억원) 대비 2162억원(2.4%) 늘었다.

 

그럼에도 은행연합회는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남긴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자장사로 손 쉽게 돈 번다’는 일각의 비판 여론에 대한 입장 표명인 것이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내놓은 ‘은행 산업 역할과 수익성’ 보고서에서 은행 산업의 본질적 역할은 자금 중개와 지급 결제, 자원의 효율적 배분, 금융시장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역할을 수행하려면 외부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자금과 자본을 확보·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이 적정한 수익을 확보하지 못해 금융 안전성이 훼손된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와 같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꼽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위)의 통화 긴축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고,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압박은 커지고 있다. 고금리는 꺾이지 않고 장기화할 조짐이다. 한은은 앞서 2021년 8월 기존 연 0.50%였던 기준금리를 현재 3.5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동안 대출도 크게 불어났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유동성 팽창과 부동산시장 과열 등 영향으로 불어난 가계대출이 최근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8월(680조8120억원)보다 1조5174억원 증가했다.

 

반면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은행권 경영을 위협할 만한 요인은 눈에 띄지 않는 반면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이익은 지속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경영 여건이 나빠졌다’는 은행권의 우려는 ‘이자장사로 돈 번다’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진화성(鎭火) 표명’에 가깝다”고 말했다.

 

 금융경제연구소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은행연합회 주장에 대한 반론을 밝히는 입장이다.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린다고 해서 이자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규제 완화가 필요한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그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소통에 기반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이강원 연구원은 “은행권이 강조하는 ESG 경영은 벌어들인 이익금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하고,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나 기업,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업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정부의 입김이나 방침과는 별개로 은행권이 선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관치금융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여전히 고수익을 내는 분야 중 선도자이므로, ESG 경영면에서도 선도적으로 이 구조를 주도해야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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